악마가 되라는 저주
한 여인이 13번째 아이를 임신했다. 가난과 고된 삶에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뱃속의 아이를 향해 차라리 악마가 되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전설에 따르면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날개와 발굽을 가진 끔찍한 괴물로 변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귀를 찢는 비명과 함께, 굴뚝을 타고 깊은 솔숲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 후로 이 깊은 숲에는 밤마다 정체불명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290년 가까이 사람들을 떨게 만든 미국 뉴저지의 저지 데빌, 그 전설의 정체를 차분히 따라가 보자. 그 끝에서 우리는, 진짜 괴물이 숲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솔숲의 괴물
괴물이 사라졌다는 그 숲은, 미국 뉴저지에 자리한 거대한 솔숲이었다. 이곳은 끝없이 이어진 소나무와 늪지로, 낮에도 어둑하고 인적이 드문 음산한 땅이었다. 사람들은 이 괴물에게 그 지역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 전해지는 괴물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핵심적인 특징만은 놀랍도록 일치했다. 말이나 염소를 닮은 길쭉한 머리에, 박쥐처럼 거대한 날개, 그리고 갈라진 발굽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밤이 되면 이 괴물이 숲을 날아다니며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지른다고 했다. 가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이상한 발자국이 발견될 때마다, 사람들은 어김없이 그 괴물을 떠올렸다.
저주를 퍼부은 여인
이 모든 전설의 중심에는 한 여인이 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그 지역의 성을 따 리즈 부인이라고 불렀다. 전설에 따르면 그녀는 이미 12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끝없는 가난과 고된 삶 속에서, 그녀는 13번째 아이의 임신을 알게 되었다. 절망에 빠진 그녀는 무심코 끔찍한 말을 내뱉었다. 차라리 이 아이가 악마였으면 좋겠다는 저주였다. 폭풍이 몰아치던 밤, 마침내 그 아이가 태어났다. 처음에는 여느 아기와 다름없어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기의 몸이 무섭게 뒤틀리며 날개 달린 괴물로 변해 갔다는 것이다. 한 어머니의 절망이 담긴 한마디가, 끔찍한 저주가 되어 돌아왔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설일 뿐이지만, 그 비극적인 설정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


숲을 떠도는 목격담
세월이 흐르면서, 이 괴물을 봤다는 목격담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솔숲을 지나던 사람들은 밤마다 정체 모를 소리에 시달렸다. 누군가는 머리 위에서 거대한 날갯짓 소리를 들었다고 했고, 누군가는 짐승의 것이라기엔 너무나 기이한 비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아침이면 눈밭이나 진흙에 이상한 발자국이 찍혀 있곤 했다. 두 발로 걷는 짐승의 것처럼 보이는, 갈라진 발굽 자국이었다. 이런 목격담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괴물은 점점 더 또렷한 존재로 자라났다.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두려움이, 솔숲 전체를 무겁게 짓눌렀다. 한번 무섭다고 믿기 시작하자, 평범한 밤바람 소리조차 괴물의 숨결처럼 들렸다.

1909년, 공포의 일주일
이 전설이 단순한 옛이야기를 넘어선 사건이 1909년에 벌어졌다. 그해 1월, 단 일주일 동안 무려 수백 명이 같은 괴물을 봤다고 증언한 것이다. 사람들은 지붕 위를 날아다니는 날개 달린 형체를 봤다고 신고했고, 마당에는 또다시 갈라진 발굽 자국이 남았다. 공포는 순식간에 지역 전체로 번졌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일부 학교와 공장은 문을 닫아야 했다. 단 7일 사이에, 조용하던 마을 전체가 보이지 않는 괴물에 대한 공포로 마비된 것이다. 하나의 전설이 어떻게 수백 명을 동시에 떨게 만들 수 있는지를, 이 일주일은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전설인가, 진실인가
저지 데빌을 두고 사람들의 생각은 크게 둘로 갈린다. 한쪽은 이것이 실재하는 미지의 생물이라고 믿는다. 깊은 솔숲 어딘가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쪽은 이것이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본다. 어둡고 음산한 솔숲이라는 무대, 그리고 입에서 입으로 부풀려진 소문이 만들어 낸 환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학자들은 목격담 대부분이 평범한 동물의 오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밤에 우는 올빼미나, 큰 날개를 펼친 두루미, 또는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본 사슴이 괴물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같은 풍경을 두고 누군가는 평범한 짐승을, 누군가는 끔찍한 괴물을 보았던 셈이다.

전설을 키운 세 가지
평범한 옛이야기가 290년을 살아남은 거대한 전설로 자라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솔숲이라는 무대였다. 낮에도 어둑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이 숲은, 무엇이든 숨어 있을 것만 같은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는 13이라는 숫자였다. 오래전부터 불길하게 여겨진 이 숫자가, 저주받은 아이라는 설정에 으스스함을 더했다. 세 번째는 사람들의 입소문이었다. 한 사람의 목격담이 다음 사람의 상상을 자극하며, 괴물의 모습은 갈수록 더 또렷하고 무섭게 다듬어졌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 하나가 한 지역의 상징이 될 만큼 거대하게 자라났다.

마음속에 사는 괴물
이 전설을 오래 연구한 한 학자는 그 본질을, 괴물은 숲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고 있었다고 짚었다. 짧지만 저지 데빌의 정체를 정확히 꿰뚫는 말이었다. 어둡고 알 수 없는 곳을 마주하면, 인간의 마음은 그 빈 공간을 무언가로 채우려 한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대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저지 데빌은 솔숲의 어둠과 사람들의 불안이 함께 빚어낸, 마음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가장 무서운 괴물은 늘 우리 자신의 두려움이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이 전설은 조용히 보여 준다.

한 가문을 둘러싼 비밀
흥미롭게도 이 전설의 진짜 뿌리는, 괴물이 아니라 한 가문을 둘러싼 오래된 다툼에 있었다. 저주받은 아이의 어머니로 지목된 리즈라는 성은, 실제로 그 지역에 살던 한 집안의 성이었다. 이 집안의 한 사람은 달력과 예언서를 만들어 팔던 인물이었는데, 당시 종교적, 정치적으로 큰 미움을 샀다. 사람들은 그를 악마의 앞잡이라고 비난했고, 그 집안의 문장에 그려진 날개 달린 짐승은 점차 괴물의 모습과 겹쳐졌다. 한 집안을 깎아내리려는 소문과 비방이, 세월이 흐르며 저주받은 괴물의 전설로 굳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저지 데빌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미움과 두려움이 빚어낸 이야기였다. 가장 으스스한 괴물의 정체가, 결국 인간의 마음이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괴담보다 서늘하게 다가온다.

집단 히스테리라는 열쇠
1909년의 소동을 설명하는 한 가지 개념이 있다. 집단 히스테리란, 여러 사람이 같은 불안이나 공포에 휩싸여, 실제와 다른 것을 함께 보거나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무섭다는 소문이 퍼진 상태에서는, 평범한 그림자나 소리도 모두가 괴물로 해석하기 쉽다. 한 사람의 목격담이 다음 사람의 공포를 부추기며, 집단 전체가 같은 환상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저지 데빌을 봤다는 수백 명의 증언도, 바로 이 마음의 작용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혼자일 때보다 무리 속에 있을 때, 오히려 더 쉽게 같은 두려움에 휩쓸리곤 한다. 1909년의 일주일은 그 집단의 마음이 만들어 낸 거대한 환상이었던 셈이다.

마치며
저지 데빌이 실제로 솔숲에 살고 있는지는, 누구도 확실히 답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전설이 290년을 살아남은 힘이 괴물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둠을 향한 두려움, 그리고 알 수 없는 것을 무언가로 채우려는 본능이 이 괴물을 끝없이 키워 냈다. 그러니 다음에 으스스한 전설을 만나거든, 그 두려움이 어디에서 오는지 한 번 들여다보면 어떨까. 어쩌면 가장 무서운 괴물은 깊은 숲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 어둠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