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같은 시각에 멈춘 두 가족의 시계
1974년 11월 13일 새벽 약 3시 15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아미티빌에 있는 한 더치 콜로니얼 양식의 저택에서 6명의 가족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자세로 침대에 엎드린 채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3개월 후 그 집에 이사한 러츠 가족은 단 28일 만에 모든 가구를 그대로 둔 채 그 집을 떠났다. 더욱 기묘한 사실은 러츠 가족이 거주한 28일 동안 그 집의 거실 벽시계가 매일 새벽 3시 15분에 정확히 멈췄다는 진술이다. 두 가족, 다른 시간, 그러나 같은 시각. 이 일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 디피오 일가족 사건의 의문
그 집의 정식 주소는 오션 애비뉴 112번지였다. 1974년 11월 13일 새벽, 그 집의 큰아들 로널드 디피오 주니어는 자신의 침실에서 부모와 동생 4명을 차례로 살해했다. 그는 동일한 22구경 라이플로 6명을 모두 사살했다고 진술했으나, 사건에는 두 가지 설명되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첫째, 6명의 시신은 모두 침대에 엎드린 동일한 자세로 발견되었다. 어느 누구도 비명을 지르거나 저항한 흔적이 없었다. 둘째, 22구경 라이플의 발사음은 매우 큰 편이었음에도 이웃 누구도 그날 새벽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디피오는 후일 “그날 무엇인가가 나를 조종했다”는 진술과 “공범이 있었다”는 진술 사이를 여러 차례 오갔다.
3. 러츠 가족의 입주와 8만 달러
사건으로부터 약 13개월이 지난 1975년 12월 18일, 조지 러츠와 캐시 러츠 부부는 세 자녀와 함께 그 집을 매입해 입주했다. 매입가는 8만 달러였으며, 당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이었다. 부동산 중개인은 사전에 이전 사건을 고지했지만, 종교적 신념이 깊었던 러츠 부부는 가톨릭 신부의 축복 의식을 통해 집을 “정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입주를 결정했다. 그들은 입주 당일 페카라로 신부를 초대해 집 안의 모든 방에 성수를 뿌리고 기도를 올리는 의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4. 신부가 등 뒤에서 들은 그 한마디
페카라로 신부는 1층에서 시작해 차례로 각 방을 축복하던 중 2층 침실로 올라갔다. 그가 십자가를 들고 라틴어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한 순간, 그의 등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고 한다. “여기서 나가라.” 신부는 즉시 뒤를 돌아보았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기도를 마치고 집을 나서면서 러츠 부부에게 한 가지 충고를 했다. “2층 침실은 가급적 사용하지 마십시오.” 그 침실은 정확히 1년 전 디피오 사건 당시 살해된 가족 구성원 중 두 명이 발견된 자리였다. 페카라로 신부 본인은 이후 약 6개월간 원인 불명의 손 발진과 고열에 시달렸다고 평생 동일하게 진술했다.

5. 28일 동안의 누적된 이상 신호
러츠 가족이 그 집에 머문 28일 동안 그들은 다양한 이상 현상을 차례로 경험했다고 진술했다. 우선 첫째 주에는 1층 거실의 벽시계가 매일 새벽 3시 15분에 정확히 멈췄다. 둘째 주부터는 막내딸 미시가 보이지 않는 친구 “조디”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미시의 진술에 따르면 조디는 빨간 눈을 가진 돼지 모양의 친구였다. 어느 날 캐시 러츠는 2층 침실에 들어갔다가 창밖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빨간 눈의 형체를 본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조지 러츠는 매일 새벽 정확히 3시 15분에 까닭 없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매번 같은 행동을 했다. 1층으로 내려가 집 안의 모든 방을 확인했다.

6. 1976년 1월 14일의 도망
28일째 되던 1976년 1월 14일 새벽, 러츠 가족은 모든 가구를 그대로 둔 채 그 집을 떠났다. 그들은 옷가지 일부만 챙겨 자동차에 실었고, 사진과 결혼반지, 가족 앨범까지 모두 남겨두었다. 후일 캐시 러츠는 그 새벽의 결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거부했고, 다만 한 가지만 답했다. “그날 새벽 우리 모두는 더 머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들은 다시는 그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두고 온 가구와 사진을 회수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이 떠난 후 다음 거주자는 “우리는 아무 일도 겪지 않았다”고 평온하게 진술했다.

7. 1977년 책과 1979년 영화
러츠 부부의 진술은 1977년 작가 제이 앤슨에 의해 “아미티빌 호러”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출간 첫 해 1천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년 후인 1979년에는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그해 미국 박스오피스 6위를 기록했고, 전 세계에 “아미티빌”이라는 단어를 호러의 대명사로 각인시켰다. 이후 약 18편의 후속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으며, 그 집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흉가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화제가 커질수록 의문도 커졌다.

8. 검증되지 않는 진술들
일부 기자와 회의주의자들은 28일간의 진술 중 다수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령 신부가 들었다는 “여기서 나가라”는 목소리, 거실 시계의 정지, 캐시 러츠의 공중부양, 미시의 조디 같은 사건들은 모두 러츠 가족과 신부 본인의 진술에만 근거했고, 사진이나 녹음 같은 물리적 증거가 부족했다. 또한 책에 묘사된 일부 장면은 실제 그 집의 구조와 맞지 않았다. 가령 책에 등장하는 비밀 방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일부 손상된 가구 묘사는 실제 사진과 일치하지 않았다.
9. 2005년경의 변호인 진술
그러한 의혹이 누적되던 2005년경, 디피오 사건의 변호인 윌리엄 위버는 충격적인 진술을 했다. 그는 러츠 부부와 함께 1975년경 “이 집의 이야기를 어떻게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지” 논의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28일의 일부 일화는 사후에 추가되거나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버 변호인의 진술이 모든 의문을 정리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인정한 부분은 일부 일화의 과장이었지, 사건 자체의 존재 여부가 아니었다. 또한 페카라로 신부는 평생 자신의 그날 경험을 한 번도 번복하지 않았다.

10. 50년이 지난 오늘의 그 집
오늘날 그 집의 주소는 더 이상 오션 애비뉴 112번지가 아니다. 이후 거주자들이 관광객의 방문을 막기 위해 주소를 변경했다. 건물 외관 역시 사건 당시의 박공창 두 개 디자인이 변경되어 일반인의 식별이 쉽지 않다. 그러나 매년 11월 13일 새벽이 되면 그 인근의 도로에는 자동차가 줄을 잇는다. 누군가는 그 집을 찾기 위해, 누군가는 그날의 의문을 떠올리기 위해 그곳을 지나간다. 다음 거주자들은 약 50년 동안 평온하게 그 집에서 살았다. 그렇다면 그 28일 동안 러츠 가족이 경험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집단 환각이었을까. 아니면 한 집이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일까.

11. 동일 시각의 우연을 어떻게 설명할까
디피오 사건은 형식적으로는 한 청년의 단독 범행으로 종결되었다. 러츠 가족의 28일은 일부 과장이 인정되었다. 페카라로 신부의 그날 경험은 본인 외에는 누구도 증명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디피오 가족 6명이 살해된 새벽 시각과 러츠 가족의 거실 시계가 매일 멈춘 시각이 정확히 동일한 3시 15분이었다는 점이다. 위버 변호인의 진술에서도 이 시간의 일치 부분은 인정되었다. 누군가 그 일치를 사후에 조작했다 해도, 13개월의 간격을 두고 두 가족 사이에서 같은 시각이 등장하는 우연을 모두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12. 한 집이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까
초자연 연구자 가운데 일부는 “건물 메모리” 또는 “잔류 영감”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한 건물에서 극도로 강한 정서적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건물의 물질 자체가 일종의 녹음 매체처럼 그 정서를 보관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개념은 아니지만, 아미티빌과 같은 사례들은 종종 이 개념을 통해 해석되곤 한다. 28일 동안의 진술 중 일부는 분명 과장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진술을 단순한 거짓으로 치부하기에는 시간의 일치, 신부의 일관된 증언, 그리고 다음 거주자가 보고하지 않은 평온함이 묘하게 어긋난다. 아미티빌은 그 자체가 답이 아니라 질문으로 남아 있다.
13. 마치며: 50년의 침묵
오션 애비뉴의 그 집은 더 이상 같은 이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집의 시계는 더 이상 새벽 3시 15분에 멈추지 않는다. 디피오는 2021년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페카라로 신부는 2009년 사망했다. 조지 러츠는 2006년, 캐시 러츠는 2004년에 사망했다. 그날의 일을 직접 진술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그러나 그들의 진술은 책과 영화와 인터뷰의 형태로 남아 있고, 그 진술 속에서 새벽 3시 15분이라는 한 시각만은 변하지 않은 채 5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시각이 단순한 우연이라면, 어쩌면 우연이라는 단어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의미를 가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