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서운 이야기

무인 사진관 사진마다 나타난 네 번째 사람의 정체, 여섯 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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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이 들어갔는데, 사진엔 4명

대학생 박서연과 두 친구는 지하철역 근처의 작은 무인 사진관에 재미로 들어갔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직원 없이 혼자 찍는 셀프 사진 부스였다. 그러나 인화된 사진을 확인한 순간, 세 사람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네 장의 사진 모두, 세 사람 뒤로 긴 머리의 낯선 여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셋 중 누구도 그 여자를 알지 못했다. 6개월 동안 그 사진마다 함께 찍힌 네 번째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 이 이야기는 한 대학생의 경험담에서 시작되어, 같은 부스를 이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번져 나간 도시괴담이다. 진위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사진이라는 매체가 지닌 특유의 힘, 즉 한순간을 영원히 붙잡아 두는 그 성질 때문에, 이 이야기는 유독 오래 회자된다. 우리는 사진 속 얼굴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남는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런데 만약, 그 자리에 원래 없어야 할 누군가가 함께 남는다면 어떨까.

24시간 무인 사진관

박서연이 찾은 곳은 늦은 밤에도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셀프 사진 부스였다. 시험을 마친 세 친구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섰다. 좁은 부스 안에는 둥근 의자 하나와 커다란 화면, 그리고 자동으로 작동하는 카메라가 전부였다.

셋은 화면 앞에 옹기종기 붙어 서서 활짝 웃었다. 카메라의 타이머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즐거운 밤이었다. 그 화면을 다시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인 사진관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밀폐된 공간이기도 하다. 그 사실이 나중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그때의 셋은 알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무인 셀프 사진관은 젊은 세대의 필수 코스처럼 자리 잡았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친구들과의 평범한 하루를 기념하기 위해 사람들은 부담 없이 부스에 들어선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모습을 남길 수 있게 된 이 시대에, 정작 사진 한 장을 간절히 원했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그 자리에 겹쳐진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진에 담긴 마음의 무게만은 그대로였다.

밤 11시 11분의 여자

이상한 점은 곧바로 드러났다. 화면에 뜬 네 장의 사진 모두, 세 사람 뒤로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그 여자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란 셋이 시각을 확인하니, 촬영 시각은 정확히 밤 11시 11분이었다.

부스에는 분명 세 사람만 들어갔고, 문은 커튼 하나로 막혀 있었다. 누군가 뒤에 몰래 낄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처음에는 화면의 오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찍은 사진에도 그 여자는 똑같이 서 있었다. 오류라면 매번 다른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그 여자는 언제나 같은 자리, 같은 자세였다. 그것은 결함이 아니라 의지에 가까웠다. 기계의 오작동은 무작위로 나타나지만, 그 여자의 등장에는 분명한 규칙이 있었다. 늦은 밤이라는 시간, 사진의 가장 뒤편이라는 위치, 그리고 고개를 숙인 그 자세. 반복되는 규칙은 우연을 의도로 바꾸어 놓는다. 세 사람은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단순한 오싹함을 넘어선 어떤 서늘함을 느꼈다.

렌즈를 응시하는 눈

셋은 겁에 질렸지만, 한편으로는 그 여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들은 마지막 한 장을 화면 가득 확대해 보았다. 여자의 얼굴이 조금씩 선명해지자, 셋은 동시에 숨을 삼켰다.

여자는 세 친구를 보고 있지 않았다. 오직 카메라의 렌즈만을, 간절한 눈으로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오래도록 이 순간을 기다려 온 사람 같았다. 그리고 여자의 한쪽 손은, 사진을 찍는 서연의 어깨를 향해 조심스럽게 뻗어 있었다. 닿을 듯 말 듯한 그 손끝에서, 셋은 알 수 없는 슬픔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계속 뒤에 있었다

부스를 뛰쳐나온 세 친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가장 겁이 많던 친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서연의 팔을 붙잡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얘, 우리가 웃는 동안 계속 우리 뒤에 있었던 거야.”

그 말에 셋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들은 그저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누군가는 그 짧은 순간을 함께하고 싶어 뒤에 서 있었던 것이다. 서연은 손에 쥔 사진을 차마 버리지도, 계속 보지도 못했다. 무섭다는 감정과 애처롭다는 감정이 뒤엉켜,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공포 영화 속 유령은 대개 관객을 향해 달려들거나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이 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뒤에 서서, 함께 사진에 담기기를 바랄 뿐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 고요함은 요란한 위협보다 더 오래 마음을 붙든다. 서연은 그날 밤, 오래도록 잠들지 못한 채 그 사진 속 눈빛을 떠올렸다.

같은 여자를 본 사람들

집으로 돌아온 서연은 그 여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온라인에 사진관 이름을 검색하자, 놀라운 글들이 쏟아졌다. 그녀가 찾아낸 사실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로, 그 부스에서 같은 여자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미 여러 건 올라와 있었다. 두 번째로, 그 여자는 늘 사진의 가장 뒤편,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자세로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목격담은 하나같이 늦은 밤 시간대에 몰려 있었다. 낮에 찍은 사진에서는 그 여자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우연이라기에는, 그 규칙이 너무나 또렷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존재를 같은 방식으로 목격하고 있었다. 각자 다른 날, 다른 친구들과 찾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여자를 이야기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착시로 넘기기 어려운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옛 사진관

서연은 그 사진관이 원래 어떤 곳이었는지 궁금해졌다. 지금은 차갑고 반짝이는 무인 기계만 놓인 작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오래된 지역 자료를 뒤지던 그녀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그 자리에는 수십 년 전, 동네 사람들의 초상을 찍어 주던 작은 사진관이 있었다. 번쩍이는 무인 부스와, 필름 냄새 가득하던 옛 사진관. 같은 자리에 놓인 두 시대의 공간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그리고 그 옛 사진관에는, 끝내 자신의 사진 한 장을 남기지 못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공간은 바뀌어도, 그 자리에 스민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었다.

사진 한 장을 남기지 못한 소녀

옛 자료 속에는 그 사진관을 오래 지킨 늙은 사진사의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1980년대, 그 사진관에는 매일같이 찾아오는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늘 사진관 앞을 서성이면서도, 정작 자신의 사진은 한 번도 찍지 못했다. 형편이 어려워, 사진 한 장 값을 끝내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녀는 유리창 너머로 남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겨울, 소녀는 갑작스러운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끝내 자신의 사진 한 장을 남기지 못했다. 사진사는 오래도록 그 소녀를 마음에 담아 두었다고 전해진다. 사진이 흔치 않던 시절, 자신의 모습을 남긴다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더 특별하고 간절한 일이었다.

사진에 남고 싶었던 마음

서연은 그 동네에서 오래 산 노인을 어렵게 수소문해 만났다. 노인은 그 소녀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소녀가 늘 사진관 유리창에 얼굴을 붙이고 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노인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는 그냥, 사진 한 장에 남고 싶었던 거예요.”

그 한마디에 서연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네 번째로 찍힌 그 여자는 누구를 해치려던 것이 아니었다. 다만 수십 년이 지나서라도, 누군가의 사진 속에 함께 남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공포로 시작된 이야기가, 뜻밖의 서글픈 소원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도시괴담 속 존재는 대개 원한이나 분노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 소녀의 이야기에는 미움이 없었다. 오직 함께 있고 싶다는, 그리고 잊히고 싶지 않다는 순한 바람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무섭기보다 오히려 마음을 오래 붙든다.

40년이 지나도 바래지 않은 소원

서연은 그동안 모은 이야기를 가만히 정리해 보았다. 그 무인 사진관에서 같은 여자를 봤다는 목격담은 확인된 것만 9건이었다. 모두 늦은 밤, 사진의 가장 뒤편에 선 같은 모습이었다. 옛 소녀가 세상을 떠난 지는 이미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있었다.

그런데도 그 소녀는 여전히 사진 속에 남기를 바라고 있었다.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그 작은 소원 하나만은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 서연은 더 이상 그 여자가 무섭지만은 않았다. 어떤 마음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옅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녀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마치며 — 사진 한 장의 의미

우리는 사진 한 장을, 그저 흔한 기록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그 한 장은, 세상에 자신이 존재했다는 유일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박서연이 만난 네 번째 사람이 정말 그 소녀였는지는 아무도 확인할 수 없다.

그 후 서연은 그 무인 사진관을 다시 찾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찍은 네 사람의 사진만은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했다. 그녀는 이제 그 여자를 공포의 대상으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가끔 그 사진을 꺼내 볼 때면, 뒤편의 여자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이제야 누군가의 사진 속에 함께 남게 된 그 소녀가, 부디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도시괴담이 오래 회자되는 이유는, 결국 그 안에 사람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존재에 대한 공포로 시작한 이야기가 한 사람의 소박한 소원으로 끝맺을 때, 우리는 그 이야기를 쉽게 잊지 못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어딘가에 함께 남고 싶다는 바람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 밤에도 어느 작은 부스 안에서는, 함께 웃는 사진 속에 남고 싶은 누군가가 조용히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혹시 당신의 사진 뒤편에서 낯선 얼굴을 발견하더라도, 너무 두려워하지 말기를. 그저 잊히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의, 오래된 소원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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