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찍힌 87장의 셀카
한 여대생이 중고로 산 스마트폰이, 잠금도 풀지 않은 채 밤마다 저절로 사진을 찍었다. 무려 87장이었고 모두 새벽 3시 33분에 촬영된 셀카였다. 화면에는 그녀가 아닌 낯선 얼굴이 어렴풋이 담겨 있었다. 놀란 그녀가 판매자에게 연락하자 돌아온 대답은 더 소름 끼쳤다. 그 폰의 원래 주인은 몇 달 전부터 실종 상태였고, 자신은 이미 다섯 번째 주인이라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이 흔한 시대에 오히려 더 무섭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우리가 매일 손에 쥐는 기계가, 우리가 잠든 사이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사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싼 매물
이야기는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혼자 자취하던 22살 대학생은 낡은 휴대폰을 바꾸려 중고 거래 앱을 뒤지고 있었다. 그러다 눈에 띄게 저렴한 매물을 하나 발견했다. 최신 기종인데도 가격은 시세의 절반이 되지 않았다. 판매자는 급하게 처분하는 거라며 직거래 대신 택배로만 보내겠다고 했다.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 가격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며칠 뒤 도착한 상자에는 깨끗하게 초기화된 폰 한 대가 들어 있었다. 그녀는 별생각 없이 자신의 계정으로 폰을 설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밤, 폰은 처음으로 혼자서 스스로 깨어났다. 중고 거래에서 시세보다 지나치게 싼 매물은 종종 사연을 감추고 있지만, 그 사연이 이런 종류일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다.
낯선 사진 한 장
이상한 낌새를 처음 느낀 건 사흘째 되던 아침이었다. 학생은 사진첩을 정리하다 낯선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자신이 찍은 기억이 전혀 없는 셀카였다. 어두운 방을 배경으로 화면 한구석에 흐릿한 얼굴 하나가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잠결에 자신이 찍은 것이라 여기고 지웠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똑같은 자리에 또 한 장의 사진이 늘어나 있었다. 사진의 촬영 시각을 확인한 그녀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두 장 모두 정확히 새벽 3시 33분에 찍혀 있었다. 시각이 매번 같다는 사실은, 이것이 단순한 오작동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었다.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얼굴
학생은 그동안 쌓인 사진을 하나하나 넘겨 보기 시작했다. 폰을 쓴 지 열흘 만에 사진은 이미 열 장을 넘어서 있었다. 정말로 소름 끼치는 것은 사진들을 촬영 순서대로 늘어놓았을 때였다. 첫날 사진 속 얼굴은 방문 앞 저 멀리에 흐릿하게 서 있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그 얼굴은 조금씩 카메라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섯 번째 사진에서는 침대 발치까지, 여덟 번째 사진에서는 베개 바로 옆까지 와 있었다. 가장 최근 사진에서는 화면 전체를 채운 낯선 눈동자가 정면으로 렌즈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그녀 자신의 얼굴이 아니었다.
판매자와의 통화
더는 견딜 수 없었던 학생은 판매자에게 다시 연락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통화가 연결됐다. 판매자는 지친 목소리로 자신도 그 폰을 딱 열흘 쓰고 팔았다고 했다. 학생이 왜 그렇게 급히 팔았느냐고 묻자, 상대는 한참을 망설이다 사진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얼굴이 코앞까지 오기 전에 얼른 넘겨야 한다고 힘겹게 말했다.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뚝 끊겼다. 다시 걸었을 때 그 번호는 이미 없는 번호가 되어 있었다. 마치 그 역시 폰과 함께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설명되지 않는 세 가지 규칙
학생은 침착하게 그동안 벌어진 이상한 일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았다. 사진은 예외 없이 새벽 3시 33분에만 찍혔다. 알람도 맞추지 않았고 폰은 늘 잠겨 있었는데도 그 시각만 되면 어김없이 카메라가 켜졌다. 사진 속 얼굴은 매일 밤 일정한 속도로 렌즈에 가까워졌다. 마치 정해진 거리를 하루에 한 걸음씩 좁혀 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폰을 완전히 꺼 두어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새 사진이 늘어나 있었다. 전원이 꺼진 기계가 스스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어떤 상식으로도 설명되지 않았다.
실종된 주인과 지금의 나
학생은 실종된 원래 주인과 지금 자신의 처지를 나란히 떠올려 보았다. 원래 주인은 이 폰을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가 사라지기 직전에 남긴 사진들에도 똑같이 낯선 얼굴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반면 지금의 자신은 그 얼굴이 아직 코앞에 이르기 전이라는 점만 달랐다. 원래 주인에게는 그 사진을 넘겨줄 다음 사람이 없었고, 자신에게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을 가른 것은 폰을 제때 넘겼느냐 아니냐, 오직 그 한 가지 차이뿐이었다.
폰이 거쳐 온 다섯 명의 손
이 폰이 거쳐 온 손들을 되짚어 보면 섬뜩한 규칙이 드러난다. 원래 주인이 실종된 것은 그해 봄이었다. 이후 폰은 유품 정리 과정에서 헐값에 중고 시장으로 흘러들었다. 여름이 되자 폰은 첫 번째 구매자의 손에 들어갔고 그는 열흘 만에 되팔았다. 두 번째, 세 번째 주인도 하나같이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폰을 넘겼다. 그리고 그해 가을 다섯 번째 주인인 학생에게 폰이 도착했다. 주인은 계속 바뀌었지만 새벽 3시 33분의 촬영만은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다.
세 번째 주인의 증언
수소문 끝에 학생은 세 번째 주인이었다는 한 남자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처음에는 말을 아꼈지만 결국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사진을 지워도 소용없이 지운 자리에 다음 날 더 가까워진 얼굴이 채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폰을 넘긴 뒤에야 비로소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폰을 판 그날 밤 이후로도 거울을 볼 때면 등 뒤가 자꾸 신경 쓰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얼굴이 아직도 어딘가에서 셔터를 누르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반복되는 숫자들
이 폰을 둘러싼 숫자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경고였다. 폰에 쌓인 정체불명의 사진은 모두 87장에 달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주인은 원래 주인을 포함해 다섯 명이었다. 촬영 시각은 예외 없이 새벽 3시 33분이었다. 그리고 사진 속 얼굴이 방문 앞에서 렌즈 코앞까지 다가오는 데 걸린 시간은 언제나 열흘 남짓이었다. 이 숫자들이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한, 폰을 넘겨받은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 역시 딱 그만큼이라는 무서운 뜻이었다.
실종된 원래 주인은 누구였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한 것은 처음 실종된 원래 주인이 어떤 사람이었는가였다. 그녀는 야간 근무가 잦던 20대 후반의 간호사였다. 늘 혼자 새벽에 퇴근해 텅 빈 원룸으로 돌아오던 사람이었다. 실종되기 며칠 전, 그녀는 친구에게 밤마다 누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그 문자를 마지막으로 그녀는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경찰이 그녀의 방을 찾았을 때 방 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정갈했고 오직 그 폰만이 침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화면에는 촬영을 기다리는 카메라가 켜진 채였다.
마치며
학생은 결국 그 폰의 전원을 완전히 끄고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 두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서랍을 열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꺼져 있어야 할 폰의 사진첩에는 88번째 사진이 새로 늘어나 있었다. 그 사진 속 낯선 얼굴은 이제 화면을 가득 채운 채 옅게 웃고 있었다. 우리는 기계가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고 믿지만, 어떤 기계는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밤마다 눈을 뜨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지금도 그 폰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새벽 3시 33분은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