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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자리를 바꾸는 폐백화점 마네킹 12개 — 경비원 4명이 떠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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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자리를 바꾸는 마네킹

어느 지방 도시에 8년째 문을 닫은 백화점이 있다. 그 텅 빈 건물 안에서 마네킹 12개가 매일 밤 스스로 자리를 바꿨다. 아침마다 위치가 달라져 있었고, 어떤 날은 모두 정문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이 광경을 견디지 못한 야간 경비원 4명이 반년 사이 줄줄이 일을 그만뒀다. 회사는 처음엔 누군가의 장난이라 여겼지만, 건물의 모든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침입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네킹 괴담은 오래된 소재지만, 이 사건이 유독 오래 회자되는 이유는 위치 기록과 CCTV라는 구체적인 물증이 남았기 때문이다.

첫 경비원의 밤

이야기는 반년 전, 새로 채용된 한 경비원의 첫 근무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50대였던 그는 오랜 경력의 베테랑이었고, 폐업한 백화점을 지키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처럼 보였다. 첫날 밤 그는 손전등 하나만 들고 1층 매장을 천천히 돌았다. 먼지 쌓인 진열대 사이로 마네킹 열두 개가 모두 정면을 향한 채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순찰을 마치고 경비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새벽녘 다시 1층을 지나던 그는 우뚝 걸음을 멈췄다. 조금 전까지 정면을 보던 마네킹들이, 하나같이 그가 선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형상을 한 열두 개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베테랑 경비원조차 온몸이 굳어 버렸다.

기록된 이동

처음에는 착각이라 여겼다. 하지만 다음 날 밤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경비원은 마네킹의 위치를 매일 기록하기 시작했고, 결과는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열두 개의 마네킹은 밤마다 조금씩 자리를 옮겼다. 어떤 날은 에스컬레이터 앞에 모여 있었고, 어떤 날은 서로 마주 본 채 둥글게 원을 그리고 있었다. 가장 소름 끼친 건 이동 거리였다. 하룻밤 사이에 30미터 넘게 옮겨진 마네킹도 있었다. 어른 넷이 달라붙어야 겨우 드는 그 무거운 마네킹이 말이다.

CCTV의 빈 프레임

경비원은 결국 관리 회사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회사는 반신반의하며 오래 꺼져 있던 CCTV를 다시 켜 보기로 했다. 그날 밤 사람들은 경비실 모니터 앞에 모여 화면을 지켜봤다. 자정이 지나자 화면이 지지직거리며 잠시 꺼졌고, 다시 켜졌을 때 모두는 눈을 의심했다. 정면을 보고 서 있던 마네킹들이 어느새 카메라 쪽으로 성큼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정작 그 이동하는 순간만은 화면이 새까맣게 지워진 채 단 한 프레임도 잡히지 않았다. 마치 그 순간을 누군가 의도적으로 오려 낸 것처럼, 마네킹이 옮겨 가는 장면만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세 번째 경비원의 경고

세 번째로 그만둔 경비원은 사직서를 내며 짧게 한마디를 남겼다. 그놈들은 자신이 졸면 딱 그때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관리자가 무슨 뜻이냐고 되묻자,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눈을 감았다 뜨면 한 발짝 더 가까이 와 있고 절대 보는 앞에서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 길로 짐을 챙겨 백화점을 떠났고, 다시는 그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세 가지 규칙

경비원들의 증언을 하나로 모으자 마네킹의 기이한 규칙이 드러났다. 마네킹은 사람이 지켜보는 동안에는 절대 움직이지 않았고, 오직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만 자리를 옮겼다. 그 이동에는 뚜렷한 방향이 있었다. 마네킹들은 밤마다 조금씩 경비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좁혀 오는 듯했다. 그리고 CCTV는 그 결정적 순간만 되면 어김없이 화면이 꺼졌다. 움직임을 담은 영상은 반년 내내 단 한 컷도 남지 않았다.

전성기와 지금

사람들은 백화점의 전성기와 지금의 밤을 나란히 떠올렸다. 20년 전 이곳은 도시에서 가장 붐비던 명소였고, 마네킹들은 화려한 옷을 입고 쇼윈도에서 손님을 맞았다. 그러나 지금 그 마네킹들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어둠 속을 배회한다. 낮의 화려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한때 인파로 가득했던 이 건물에는 이제 밤을 지키는 경비원 한 명만이 남았고, 그 한 명마저 열세 개의 마네킹이 천천히 에워싸고 있었다.

백화점이 걸어온 길

백화점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씁쓸한 사연이 드러난다. 이 백화점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98년이었다. 한동안 지역 최고의 번화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2016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 직원들은 급히 떠났고 마네킹과 집기는 그대로 건물 안에 버려졌다.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최근이었다. 재개발을 위해 건물을 점검하려던 무렵, 마네킹이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마지막 경비원의 증언

현재 그 백화점을 지키는 마지막 경비원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20대 후반의 젊은 남자였고,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만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마네킹 숫자를 매일 센다고 했다. 어제는 열두 개였는데 오늘 아침엔 열세 개가 서 있더라는 것이다. 원래 열두 개뿐이던 마네킹이 어느새 하나 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열세 번째가 대체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는 그 마지막 하나가 자꾸만 자신을 닮아 간다고 느끼고 있었다.

오싹한 숫자들

이 백화점을 둘러싼 숫자들은 그 자체로 오싹하다. 자리를 옮기는 마네킹은 모두 열두 개였다가 최근엔 열세 개로 늘었다. 반년 사이 이곳을 떠난 경비원은 네 명에 달한다. 백화점이 텅 빈 채 방치된 세월은 무려 8년이었다. 하룻밤에 마네킹이 옮겨진 최대 거리는 30미터를 넘었다. 그러나 그 어떤 숫자도 마네킹이 움직이는 순간을 담은 영상 한 컷을 대신하지는 못했다. 그 결정적 장면만은 여전히 세상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사람은 계속 줄어드는 이 백화점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밤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마네킹의 걸음뿐이었다.

홀로 남은 사람

사람들이 가장 걱정한 사람은 지금도 그곳을 지키는 마지막 경비원이었다. 그는 성실하지만 겁이 많은 20대 후반의 청년이었다.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이 백화점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만두고 싶어도 당장 생계가 걸려 쉽게 떠나지 못했다. 동료들이 모두 떠난 텅 빈 건물에서 그는 매일 밤 홀로 열세 개의 마네킹과 마주했다. 언제부턴가 그는 잠드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다. 눈을 감는 순간 마네킹들이 한 발짝씩 다가온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며

백화점은 곧 철거될 예정이라고 한다. 관리 회사는 끝내 마네킹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누군가는 오래된 기계 장치의 오작동이라 했고, 누군가는 폐업하던 날 미처 데려가지 못한 무언가의 흔적이라 말했다. 우리는 사람의 형상을 한 물건을 볼 때 본능적으로 시선을 두게 된다. 어쩌면 그 마네킹들은, 오랜 세월 아무도 보아 주지 않던 시선을 되찾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하나뿐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이 되면 열세 개의 마네킹은 어김없이 한 발짝씩 사람 쪽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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