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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만 잡히는 라디오 주파수 — 이름이 불린 9명이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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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불린 9명

어느 낡은 라디오에서 새벽 3시에만 잡히는 주파수가 있었다. 그 주파수에서는 매일 밤 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그리고 이름이 불린 9명은 하나같이 그날 밤을 넘기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경찰은 그저 우연한 실종이라 여겼지만, 그 주파수는 이미 30년 전에 문을 닫은 방송국의 것이었다. 라디오 괴담은 오래된 소재지만, 이 이야기가 유독 오래 회자되는 이유는 불린 이름과 실제 실종자가 정확히 일치했다는 구체성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라디오

이야기는 한 청년이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날 시작된다. 30대 남자였던 그는 할아버지의 낡은 진공관 라디오를 방 한구석에 무심코 두었다. 워낙 오래돼 이제는 작동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이사 온 첫날 밤, 잠결에 라디오에서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들려왔다. 벽시계는 정확히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잡음 사이로 낮고 또렷한 남자의 목소리가 스며 나왔고, 마치 아나운서처럼 차분하게 누군가의 이름과 주소를 읽어 내려갔다. 이상한 점은 하나였다. 그 낡은 라디오의 전원 스위치는 분명 꺼진 채였다.

이름과 실종의 일치

청년은 다음 날 밤에도 라디오 앞에 앉아 방송을 기다렸다. 새벽 3시가 되자 어김없이 잡음이 시작됐고, 목소리는 그날도 세 사람의 이름을 천천히 읽었다. 이름 뒤에는 나이와 사는 동네가 또박또박 따라붙었다. 청년은 그 이름들을 급히 종이에 받아 적었다. 방송은 정확히 3분 만에 뚝 끊겼다. 며칠 뒤 그는 소름 끼치는 사실을 확인했다. 방송에서 불린 이름의 사람들이, 실제로 그 동네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사람들과 정확히 일치했던 것이다.

첫 번째 확인

청년은 반신반의하며 그 이름 중 하나를 직접 찾아 나섰다. 방송에서 불린 40대 여자가 산다는 동네를 어렵게 수소문했다. 이웃들은 그 여자가 바로 어젯밤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찾아간 집 안은 방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온기가 남아 있었다. 밥솥의 밥은 아직 따뜻했고 현관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그런데도 그 여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날 새벽 3시 라디오가 부른 이름이 정확히 그 여자였다는 사실에 청년은 온몸이 얼어붙었다. 방송은 실종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 실종을 확정 짓는 명단처럼 느껴졌다. 이름이 불리는 순간, 그 사람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 번째 이름

그날 밤 청년은 떨리는 손으로 라디오 볼륨을 조금 높였다.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훨씬 또렷했고, 낮고 건조한 그 목소리는 오늘 밤 떠날 세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이 숨을 죽이고 기다리자, 목소리는 세 번째 이름으로 지금 이 방송을 듣고 있는 당신이라고 말하며 청년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또렷이 불렀다. 청년은 그대로 얼어붙은 채 움직일 수 없었다.

세 가지 규칙

청년은 공포에 질린 채 그동안 파악한 방송의 규칙을 하나씩 정리했다. 방송은 오직 새벽 3시에 정확히 3분 동안만 흘러나왔고, 다른 시각에는 아무리 주파수를 맞춰도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불리는 이름은 언제나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었고, 그 이름의 주인들은 예외 없이 그날 밤 안에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방송은 오직 낡은 진공관 라디오에서만 잡혔다. 최신 기기나 휴대폰으로는 그 주파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그 오래된 라디오만이 죽은 방송국과 연결된 유일한 통로인 듯했다.

폐국과 지금

사람들은 방송국의 마지막 날과 지금의 새벽을 나란히 떠올렸다. 30년 전 이 지방 방송국은 오랜 경영난 끝에 조용히 문을 닫았다. 마지막 방송을 진행하던 심야 아나운서는 그날 이후 종적을 감췄다. 당시에는 그저 일자리를 잃고 떠난 것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그 방송국의 주파수는 매일 밤 3시에 되살아난다. 목소리의 말투와 억양은 30년 전 그 아나운서와 소름 끼치도록 똑같았다. 달라진 것은 하나뿐이었다. 예전에는 날씨와 사연을 읽어 주던 그가 이제는 사람들의 이름을 읽어 내려간다는 사실이었다.

방송국이 걸어온 길

방송국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잊힌 사연이 드러난다. 이 방송국이 처음 전파를 쏘아 올린 것은 1970년대였다. 한동안 지역 주민들의 밤을 지키는 다정한 벗이었지만, 1996년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송출을 멈췄다. 방송 장비는 대부분 폐기됐고 낡은 송신탑만 산 위에 덩그러니 남았다. 이상한 방송이 다시 잡히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었다. 오래된 진공관 라디오를 물려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새벽 3시의 목소리에 대한 소문이 조용히 퍼져 나갔다.

살아남은 여자의 증언

이 방송을 직접 들었다는 한 중년 여자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녀는 어느 날 밤 라디오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 다음에 세 시간 뒤에 만나자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즉시 짐을 싸서 다른 도시의 친척 집으로 도망쳤다. 신기하게도 그날 밤 그녀는 무사했다. 다만 그 뒤로 어느 도시로 이사를 가든 새벽 3시가 되면 어디선가 그 라디오 잡음이 희미하게 들려온다는 사실이 지금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서늘한 숫자들

이 방송을 둘러싼 숫자들은 그 자체로 서늘하다. 이름이 불린 뒤 사라진 사람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9명이다. 방송이 흘러나오는 시각은 언제나 새벽 3시 정각이고, 방송이 이어지는 시간은 정확히 3분이다. 방송국이 송출을 멈춘 지는 벌써 30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 어떤 숫자도 죽은 방송국에서 누가 이름을 부르는지에 대한 답이 되지는 못했다. 그 목소리의 정체만은 여전히 3분의 잡음 속에 깊이 숨어 있었다.

사라진 아나운서

사람들이 끝내 궁금해한 것은 마지막 방송을 진행한 그 아나운서가 어떤 사람이었는가였다. 그는 20년 넘게 심야 방송을 지킨 40대 남자였고, 청취자의 사연을 다정하게 읽어 주기로 이름난 사람이었다. 방송국이 문을 닫던 마지막 밤, 그는 빈 스튜디오에 홀로 남아 마지막 멘트를 했다고 한다. 그날 이후로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집은 텅 비어 있었고 마이크 앞 낡은 의자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가 아직도 그 빈 스튜디오에서 밤마다 청취자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거라고 믿었다.

마치며

청년은 그 라디오의 전원 코드를 뽑아 버렸다. 그러나 새벽 3시가 되자 코드가 뽑힌 라디오에서 또다시 잡음이 새어 나왔다. 그는 결국 그 라디오를 상자에 넣어 멀리 내다 버렸다. 우리는 라디오를 켜고 끄는 것이 온전히 우리 손에 달렸다고 믿는다. 그러나 어떤 목소리는 스위치와 상관없이, 들어 줄 누군가를 찾을 때까지 전파를 멈추지 않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하나뿐이다. 오늘 밤에도 어느 낡은 라디오에서는 새벽 3시가 되면 누군가의 이름이 불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 이름이 당신의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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