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서운 이야기

새벽 강변 300미터에서 러너 11명의 4분이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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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이 사라진 새벽 강변

새벽 4시의 한강 산책로는 도시에서 가장 조용한 공간 중 하나다. 그 시간대에 그곳을 달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해진 코스와 정해진 속도를 지키는 습관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서울 강서 방향의 한 구간에서, 그 습관이 매번 같은 자리에서 무너졌다. 러너 11명의 기록이 예외 없이 300미터 구간에서 4분씩 끊겼기 때문이다.

기록이 끊긴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그 4분 동안의 모든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심박수도, 걸음 수도, 위치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러너 본인들의 기억이었다. 누구도 그 4분 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러닝 기록은 본래 가장 정직한 데이터에 속한다. 위성 신호와 가속도 센서, 심박 센서가 서로를 보정하기 때문에 한 가지가 흔들려도 나머지가 빈칸을 메운다. 그런데 이 구간에서는 세 가지가 동시에 침묵했다. 게다가 침묵이 끝나는 지점은 언제나 같았다.

기록 담당이 처음 발견한 공백

이야기의 출발점은 강서 러닝 크루의 기록 담당이었던 30대 회사원 정민호 씨다. 크루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새벽에 모여 12킬로미터를 달렸고, 그는 매번 개인 기록을 정리해 공유했다. 어느 새벽, 그는 자신의 기록에서 이상한 빈칸을 발견했다. 5킬로미터 지점을 지난 직후부터 4분 남짓이 통째로 비어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기기 문제라고 생각했다. 배터리가 순간적으로 접촉 불량을 일으켰거나, 위성 신호가 잠깐 끊겼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다음 주 같은 자리에서 크루원 세 명의 기록이 똑같은 모양으로 끊기면서, 그 가정은 무너졌다. 세 사람은 서로 다른 기기를 쓰고 있었고, 심지어 제조사도 달랐다.

동일한 위치에서 서로 다른 제조사의 기기가 같은 방식으로 오작동할 확률은 사실상 없다. 크루원들이 이 사실을 인정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처음에는 농담이었고, 그다음에는 내기였고, 마지막에는 아무도 그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31명의 기록을 겹쳐 본 결과

정민호 씨는 크루원 31명에게 기록 파일을 요청했다. 파일을 하나씩 겹쳐 보자 결과는 더 불편해졌다. 기록이 끊긴 사람은 모두 11명이었고, 끊긴 구간은 예외 없이 같은 300미터였다. 공백의 길이 역시 3분 40초에서 4분 10초 사이로 거의 일정했다.

가장 이상한 것은 공백이 끝난 직후의 수치였다. 심박수가 분당 170회를 넘겼다가 천천히 안정을 찾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는 평지 조깅이 아니라 전력 질주를 했을 때 나타나는 수치다. 아무도 그 구간을 달린 감각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몸은 온 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는 뜻이다.

정민호 씨는 이 자료를 정리해 두고도 크루 단체방에 올리지 않았다. 숫자가 너무 정확했기 때문이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회고했다. 누군가 장난을 쳤다면 이렇게까지 균일한 값을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직접 300미터를 세어 보다

확인하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정민호 씨는 손목시계와 휴대전화, 예비 기록계까지 세 대를 동시에 켜고 새벽 4시에 출발했다. 5킬로미터 지점을 지나자 강바람의 질감이 달라졌다고 그는 기록했다. 가로등 간격이 유난히 넓어지고, 발밑 보도블록의 색이 한 번 바뀌는 자리였다.

그는 그 지점부터 걸음 수를 소리 내어 세기 시작했다. 100까지 세고, 200까지 세고, 300에 가까워질 무렵 그의 기억은 끊긴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문제의 구간을 한참 지나 있었고, 세던 숫자는 입안에서 멈춰 있었다. 세 기기는 각각 4분 3초, 3분 58초, 4분 6초를 비워 두고 있었다.

그가 남긴 유일한 감각은 강 건너 불빛의 각도였다. 출발할 때 정면에 있던 아파트 단지의 불빛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오른쪽 어깨 뒤편으로 물러나 있었다. 4분이라는 시간은 그 각도의 변화만으로 증명됐다.

다른 모임에도 돌던 이야기

크루장 서지현 씨는 그 기록을 오래 들여다본 뒤, 이 현상이 자기 크루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활동하는 다른 러닝 모임에서도 같은 구간을 두고 비슷한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아무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조언은 늘 하나로 수렴했다. 그 구간은 뛰지 말고 걸어서 지나가라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조언은 도시 괴담에서 자주 관찰되는 형태다. 원인은 설명하지 않은 채 행동 지침만 전달되는 구조는, 그 이야기가 실제 경험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반복 검증됐을 때 나타난다. 설명은 사라지고 규칙만 남는 것이다.

실제로 이 구간을 두고 도는 조언은 지역 러닝 모임마다 조금씩 다르게 변형돼 있었다. 어떤 모임은 둘 이상이 함께 지나가라고 했고, 다른 모임은 아예 반대 방향으로 우회하라고 했다. 그러나 어느 쪽도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공백이 생기는 네 가지 조건

사례를 모으자 조건이 드러났다. 첫 번째로 공백은 언제나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에만 발생했다. 낮이나 저녁 시간대에 같은 자리를 달린 기록은 단 한 건도 끊기지 않았다. 두 번째로 비가 오는 날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 번째 조건은 더 구체적이다. 혼자 달린 사람만 공백을 겪었고, 두 명 이상이 나란히 달린 날의 기록은 전부 온전했다. 마지막으로 공백을 겪은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그 구간에서 누군가 자신을 앞질러 갔다는 인상을 말했다. 그러나 앞질러 간 사람의 뒷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 네 가지 조건이 모두 겹친 새벽의 기록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같은 자리에서 끊겼다. 크루는 이 사실을 확인한 뒤 새벽 단독 훈련을 잠시 중단했다. 조건을 피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었기 때문이다.

방향 하나로 갈린 결과

크루는 조건을 좁히기 위해 방향을 나눠 실험했다. 강을 왼쪽에 두고 상류로 달린 22번의 시도에서는 단 한 번도 공백이 생기지 않았다. 반대로 하류 방향으로 달린 19번 가운데 9번에서 기록이 끊겼다. 절반에 가까운 확률이다.

그리고 하류 쪽 끝에서 하나의 지점이 특정됐다. 콘크리트 제방 벽에 남아 있는, 오래전에 막혀 버린 배수구였다. 이끼와 물자국만 남은 그 구조물을 지나는 순간부터 공백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여러 기록에서 확인됐다.

묻힌 실개천과 세 번의 공사

배수구에는 내력이 있었다. 1998년, 이 일대에 제방을 새로 쌓으면서 원래 흐르던 실개천 하나가 지하로 묻혔다. 2003년에는 그 위로 자전거 도로가 깔렸고, 2011년 산책로 정비 공사로 지금의 보도블록이 놓였다. 도시가 물길 하나를 세 번에 걸쳐 덮은 셈이다.

정민호 씨는 구청 자료를 뒤지다 2011년 정비 공사 기록에서 짧은 문장 하나를 발견했다. 공사 중 인부 한 명이 배수 통로 안으로 들어간 뒤 나오지 않아 수색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수색은 이틀 만에 종료됐다. 그 사람이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어느 자료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공사는 며칠 뒤 재개됐다. 구청 담당자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남은 자료가 없다고만 답했다. 도시의 기록은 이런 식으로 자주 끊긴다. 사건이 은폐되어서가 아니라, 아무도 그 뒤를 다시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12년째 그 길을 쓸던 사람

새벽마다 그 구간을 청소해 온 환경미화원 김순덕 씨는 러너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12년째 같은 구간을 맡아 왔고, 오래전부터 그 지점을 피해 반대편 길로 돌아갔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그녀는 배수구 안에서 물소리가 난다고 답했다. 비가 오지 않은 날에도 들린다는 것이다.

이 증언은 확인 가능한 사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 배수구는 1998년 매립 이후 물이 흐른 적 없는 폐쇄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새벽 4시 무렵이면 벽 안쪽에서 무언가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다는 진술은 여러 차례 반복됐다.

숫자가 남긴 마지막 흔적

기록이 쌓이면서 숫자는 더 또렷해졌다. 공백을 겪은 러너는 최종적으로 17명까지 늘었고, 평균 공백은 4분 2초였다. 41건의 사례 가운데 39건이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에 몰렸다. 공백 직후의 평균 심박은 분당 174회로, 같은 사람이 전력 질주할 때와 일치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결론은 단순하다. 몸은 4분 동안 무언가로부터 전력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으로부터 달아났는지, 왜 그 기억만 남지 않았는지는 어떤 데이터에도 남지 않았다.

그 무렵부터 크루 단체방에서 이 구간을 언급하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야기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반복해서 확인할수록 설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숫자뿐이었고, 숫자는 아무것도 해석해 주지 않았다.

끊기지 않은 단 하나의 기록

가장 마지막으로 그 구간을 달린 사람은 크루 소속이 아닌 대학생 러너 한지우 씨였다. 그는 떠도는 이야기를 전혀 몰랐고, 그의 기록은 끊기지 않았다. 대신 다른 흔적이 남았다. 문제의 300미터에서 그의 보폭이 갑자기 절반으로 줄었다가, 구간이 끝나는 자리에서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기록만 보면 누군가와 나란히 속도를 맞춰 걸은 사람의 데이터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지우 씨는 그곳에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서는 속도를 늦추고 싶었다고만 말했다.

마치며 - 기록이 남지 않는 자리

강서 러닝 크루는 그해 가을 코스를 바꿨다. 문제의 300미터를 피해 한 블록 안쪽 길로 돌아가는 새 노선이었다. 이유를 묻는 신입에게 아무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기록이 남지 않는 자리라고만 알려 준다.

도시 괴담의 힘은 초자연적 존재의 실재 여부에 있지 않다. 도시가 무언가를 덮고 지나갈 때, 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설명할 수 없는 규칙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있다. 물길 하나를 세 번 덮은 자리에서 기록만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그 규칙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 준다. 지금도 새벽 4시의 그 산책로에는 누군가 혼자 달리고 있고, 그 사람의 기록에서도 4분은 조용히 비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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